행성 키우기 — 같은 천체를 합쳐 운석에서 블랙홀까지 키우는 물리 퍼즐
위에서 천체를 떨어뜨려 같은 종류끼리 닿으면 한 단계 위로 합쳐집니다. 운석에서 시작해 행성, 항성을 거쳐 블랙홀까지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천체가 통 위로 넘치면 게임이 끝납니다.
이런 합치기 퍼즐이 중독적인 이유는 지수적 성장 구조 때문입니다.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필요한 하위 천체의 수가 두 배로 늘어납니다. 2단계를 만들려면 1단계 두 개, 3단계는 1단계 네 개, 4단계는 여덟 개가 필요합니다.
즉 블랙홀 하나를 보려면 이론적으로 운석 수백 개분의 작업이 쌓여야 합니다. 이 구조가 "조금만 더 하면 다음 단계"라는 느낌을 계속 만들어 냅니다. 실제로는 매번 두 배씩 멀어지고 있는데도요.
여기에 물리 엔진이 더해지면서 이 게임만의 성격이 생깁니다. 합쳐진 순간 부피가 커지며 주변을 밀어내고, 그 충격으로 옆에 있던 같은 천체들이 닿아 연쇄 합체가 일어납니다. 잘 배치해 두면 한 번의 낙하로 서너 단계가 연달아 터지는데, 이 게임에서 가장 통쾌한 순간입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실제 우주의 진화 순서를 따라갑니다. 작은 운석에서 시작해 뭉쳐서 소행성이 되고, 더 커지면 행성이 됩니다. 질량이 충분히 모이면 중심에서 핵융합이 시작되며 항성이 되고, 마지막에는 중력이 빛조차 붙잡는 블랙홀에 이릅니다.
실제 천체 형성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일어납니다. 작은 먼지 알갱이들이 중력으로 뭉치고, 그 덩어리가 다시 서로를 끌어당기며 커지는 과정을 천문학에서는 강착(accre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 게임의 합치기가 그 과정을 아주 단순하게 흉내 낸 셈입니다.
이런 게임에서 패배는 대체로 한순간에 오지 않습니다. 여러 판을 해 보면 지는 판은 이미 중반에 결정돼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결정적 순간은 큰 천체가 작은 천체 위에 얹히는 때입니다. 그 순간 아래에 깔린 것들은 서로 만날 길이 막히고, 통 안에서 영원히 자리만 차지하는 죽은 공간이 됩니다. 이런 죽은 공간이 두세 개 쌓이면 실질 용량이 절반으로 줄고, 그때부터는 무엇을 놓아도 금방 넘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실력은 합치는 속도가 아니라 죽은 공간을 만들지 않는 배치에서 나옵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큰 천체를 아래로 정리해 두는 판단이 후반의 수명을 좌우합니다.
또 하나, 급할수록 아무 데나 떨어뜨리게 되는데 그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통이 차오를수록 오히려 한 번 더 미리보기를 확인하고 놓을 자리를 정하는 편이 살아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