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 Series
제 8 편 ·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⑧ — 중국: 물량과 가격으로 모든 길목을 추격하다

유니트리·유비테크·푸리에·즈위안. 중국은 완성품을 충격적인 가격에 쏟아내며, 감속기까지 국산화로 밀어붙인다. 정부 지원과 거대한 내수, 그리고 마지막 무대의 추격자를 들여다본다.

Published 2026·06·20 · 8 min read · by Lucky Please Editorial
Prologue

가장 늦게 올라온, 가장 빠른 추격자

지난 일곱 편에 걸쳐 우리는 태엽 자동인형에서 아시모와 휴보로 이어진 역사를 따라왔고, 그 뒤에는 옵티머스와 아틀라스가 다투는 현재, 이족보행과 감속기와 인공지능이 얽힌 기술의 속살, 그리고 미국과 일본과 한국이 각자의 방식으로 길목을 쥐려는 풍경을 차례로 들여다보았는데, 이제 마지막 무대에 오를 나라는 그 모든 흐름에 가장 늦게 합류했으면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따라붙고 있는 중국입니다.

중국의 전략은 앞선 어느 나라와도 결이 다릅니다. 미국이 자본과 인공지능으로 판을 흔들고 일본이 부품의 정밀도로 길목을 지키며 한국이 재벌의 수직계열화로 승부를 걸었다면, 중국이 꺼내 든 무기는 제2편에서 잠깐 마주쳤던 바로 그 논리, 즉 압도적인 물량과 그것이 만들어 내는 가격의 파괴력입니다. 같은 성능의 로봇을 경쟁국의 몇 분의 일 가격에 쏟아내는 능력이 그 자체로 하나의 전략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중국은 이 시장에서 가장 선명하게 증명하는 중입니다.

Chapter I

완성품의 물량전: 유니트리와 그 동료들

중국의 추격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회사는 제2편에서 한 차례 등장했던 유니트리(Unitree)입니다. 이 회사는 사족보행 로봇개로 이름을 알린 뒤 인간형 로봇 G1을 내놓았는데, 그 가격이 미국과 유럽의 경쟁 제품이 수억 원을 호가하던 시점에 수천만 원대, 일부 사양은 그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업계 전체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단순히 싸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공중제비에 가까운 동적 움직임까지 영상으로 선보이면서, 가격과 성능을 동시에 압박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주목을 단숨에 끌어모았습니다.

중국 유니트리(Unitree)의 인간형 로봇 G1
중국 유니트리의 인간형 로봇 G1. 경쟁국 제품이 수억 원을 호가하던 시기에 수천만 원대 가격으로 등장하며, 물량과 가격이 그 자체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사진 Unitree Robotics, CC0(Wikimedia Commons)

유니트리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찍부터 교육·서비스용 인간형 로봇을 양산해 온 유비테크(UBTech), 재활·연구용에서 출발해 범용 인간형으로 영역을 넓혀 가는 푸리에(Fourier), 그리고 빠르게 자금을 끌어모으며 양산을 외치는 즈위안(智元, AgiBot)까지, 중국에서는 한두 곳의 스타 기업이 아니라 수십 개의 업체가 동시에 완성품 경쟁에 뛰어드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렇게 다수의 회사가 한꺼번에 물량을 밀어 올리는 구조 자체가 단가를 끌어내리고 개선 속도를 끌어올리는 중국 특유의 추격 엔진으로 작동합니다.

Chapter II

부품의 국산화: 감속기까지 자국 안에서

완성품의 가격을 경쟁국의 몇 분의 일로 떨어뜨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3편에서 가장 비싼 부품으로 지목했던 정밀 감속기마저 자국 안에서 만들어 내려는 집요한 국산화 노력이 자리합니다. 한때 하모닉 감속기는 일본 기업이, RV 감속기 역시 일본 업체가 사실상 독점하던 영역이었으나, 뤼더셰보(绿的谐波, Leader Harmonious Drive)나 솽환촨둥(双环传动) 같은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히며 자국 로봇 회사들에 부품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이 흐름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공급망 전체를 자국 안에 가두려는 전략의 핵심 고리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모터와 배터리에서 중국이 가진 기반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전기차 시대를 거치며 축적한 배터리 역량은 CATL과 BYD 같은 거대 기업으로 응축되어 있고, 구동에 쓰이는 각종 모터와 부품의 생산 기반 또한 두텁기 때문에, 중국은 인간형 로봇이라는 새로운 몸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 대부분을 자국 산업 안에서 조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되었으며, 이 점은 미국이 핵심 부품을 아시아에 의존하는 구도와 정확히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Chapter III

거대한 내수와 국가의 손

중국의 추격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기둥은 다른 어느 나라도 흉내 내기 어려운 두 가지 자산, 곧 거대한 내수 시장과 국가 차원의 집중 지원입니다. 공장과 물류 창고, 가사와 돌봄에 이르기까지 로봇이 들어갈 수 있는 현장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처음부터 대량 생산을 전제로 설계하고 실제 환경에서 데이터를 쌓아 올릴 수 있으며,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다시 인공지능의 학습으로 되돌아가 제품을 빠르게 개선하는 선순환을 만들어 냅니다.

China drives the whole stack in-house — pushed down by price TOP-END AI CHIP · the gap NVIDIA-class GPUs restricted by U.S. export controls — still a hole FINISHED ROBOTS — flooded at low price Unitree G1 · UBTech · Fourier · AgiBot (智元) · dozens more REDUCERS ★ localizing 绿的谐波 · 双环传动 MOTORS · actuators deep domestic supply base BATTERY CATL · BYD — world-leading SENSORS · structure fast-scaling local makers HUGE HOME MARKET + STATE SUPPORT push every layer down volume → data → cheaper, faster iteration — except the top AI chip
중국은 완성품부터 감속기·모터·배터리까지 거의 모든 층을 자국 안에서 밀어 올리며, 거대한 내수와 국가 지원이 단가를 끌어내린다. 다만 최상단의 고급 AI 칩만은 미국의 수출 통제에 막힌 공백으로 남아 있다. 도해: Lucky Please.

국가의 손은 여기에 보조금과 정책이라는 형태로 더해집니다. 중앙과 지방 정부가 인간형 로봇을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연구개발과 양산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개별 기업이 짊어져야 할 초기 비용과 위험이 크게 줄어들고, 그 결과 다수의 회사가 동시에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는데, 위 도해가 보여 주듯 이렇게 거대한 내수와 국가 지원이 완성품에서 부품까지 모든 층의 단가를 아래로 눌러 내리는 구조가 바로 중국식 추격의 본체입니다.

Chapter IV

중국의 공백: 가장 높은 곳의 두뇌

그러나 위 도해의 맨 위 칸이 비어 있듯, 중국에도 좀처럼 메우기 어려운 공백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최상단의 고급 인공지능 연산입니다. 제5편에서 보았듯 오늘날 로봇을 학습시키는 대형 인공지능 모델과 그것을 돌리는 최첨단 그래픽 칩의 중심은 여전히 미국에 있고, 더구나 미국이 엔비디아급 고성능 칩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면서, 중국은 완성품과 부품을 아무리 싸게 잘 만들어 내더라도 그 위에서 돌아갈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두뇌에서는 한 발 뒤처진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정밀도와 신뢰성이라는 또 다른 숙제도 남아 있습니다. 가격을 빠르게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내구성이나 정밀 제어의 완성도가 최상위 경쟁 제품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따라붙기도 하는데, 다만 중국이 과거 전기차나 태양광, 배터리 산업에서 처음에는 저가·저품질이라는 평가를 받다가 끝내 품질과 가격을 동시에 거머쥐며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전례를 떠올리면, 이 공백 역시 시간이 지나며 좁혀질 가능성을 가볍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Epilogue

다섯 무대를 내려오며

이렇게 해서 우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한 편의 긴 이야기를 역사에서 출발해 현재와 기술, 그리고 증시의 길목을 지나 미국·일본·한국·중국이라는 네 나라의 경쟁까지 모두 따라왔습니다. 미국은 자본과 인공지능이라는 가장 높은 곳의 두뇌를 쥐고 있고, 일본은 광채를 내려놓은 대신 부품의 정밀도라는 길목을 지키며, 한국은 재벌의 수직계열화로 부품과 완성품 사이의 독특한 자리를 차지했고, 중국은 물량과 가격으로 그 모든 길목을 아래에서부터 추격하는 중입니다.

누가 이 경쟁의 승자가 될지를 지금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인간형 로봇이 더 이상 실험실의 진귀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자본과 기술과 부품과 시장이 국가 단위로 맞붙는 거대한 산업의 전장이 되었다는 점이며, 그 전장에서 가장 비싼 길목을 누가 쥐는가 하는 질문이야말로 앞으로 이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긴 이야기를 끝까지 함께해 주신 독자께, 이 여정이 그 변화를 조금 더 또렷한 눈으로 지켜보는 데 보탬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리즈 · 완결
전 8편 완결 — 역사에서 미국·일본·한국·중국의 경쟁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1. 제1편 · 역사 — 태엽 자동인형에서 아시모와 휴보까지
  2. 제2편 · 현재의 거인들 — 아틀라스·옵티머스·피규어·유니트리
  3. 제3편 · 기술 해부 — 이족보행·구동기·감속기·인공지능·배터리
  4. 제4편 · 증시 밸류체인 — 로봇이 돈이 되는 길목
  5. 제5편 · 미국 — 자본과 인공지능으로 판을 흔드는 거인
  6. 제6편 · 일본 — 광채를 내려놓고 부품을 쥔 조용한 강자
  7. 제7편 · 한국 — 부품과 완성품 사이, 두 재벌의 베팅
  8. 제8편 · 중국 — 물량과 가격으로 모든 길목을 추격하다

참고 자료 · Sources

  1. 유니트리(Unitree) G1·로봇개의 가격·사양 발표 및 보도, 유비테크(UBTech)·푸리에(Fourier)·즈위안(智元, AgiBot)의 양산·투자 관련 자료.
  2. 중국 정밀 감속기 국산화 — 뤼더셰보(绿的谐波, Leader Harmonious Drive)·솽환촨둥(双环传动) 등 관련 자료.
  3. CATL·BYD 등 중국 배터리 산업 일반 자료,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관련 보도.
  4. 중국 중앙·지방 정부의 인간형 로봇 산업 육성 정책 일반 자료.

사진 출처 · Image credits

  1. Unitree G1 — Unitree Robotics, CC0, via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