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 Series
제 2 편 · 현재

현재의 거인들: Atlas·Optimus·Figure·Unitree

연구실을 나온 기계들이 공장 바닥과 무대 위에서 처음으로 맞붙기 시작한 2020년대, 그 거인들의 지형도.

Published 2026·06·20 · 15 min read · by Lucky Please Editorial
Prologue

갑자기 쏟아진 거인들

1편이 연구실과 대회장의 반세기를 다뤘다면, 이번 편의 무대는 공장 바닥과 박람회장,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타임라인입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거의 매달 새로운 기체가 공개될 만큼 빠르게 늘어났으며, 그 흐름의 배경에는 1편 끝에서 짚었던 두 가지 변화, 곧 값싸고 강한 전기 구동계와 비로소 쓸 만해진 인공지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만 수많은 이름이 한꺼번에 쏟아진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수백만 대를 찍어 내는 대중화를 노리고, 누군가는 로봇의 '두뇌'가 될 인공지능 모델을 먼저 쥐려 하며, 또 누군가는 압도적인 가격과 물량으로 시장을 흔들려 하는데, 이번 편에서는 지금 이 순간 경쟁하는 주요 거인들을 진영별로 나누어 각자가 어디에 베팅하고 있는지를 한 장의 지형도처럼 펼쳐 보겠습니다.

Chapter I

테슬라 옵티머스: 대중화라는 도박

이 폭발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의외로 로봇 회사가 아니라 자동차 회사였습니다. 2021년 테슬라가 'AI 데이'에서 사람이 흰옷을 입고 춤추는 영상으로 휴머노이드 계획을 처음 내비쳤을 때만 해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많지 않았으나, 이듬해 실제로 걷는 시제품을 선보이고 2023년 말 한층 정교해진 옵티머스 2세대를 공개하면서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졌습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쇼룸에 전시된 모습
테슬라 옵티머스. 자동차 대량 생산에서 쌓은 기술을 사람 모양 기계로 옮겨 '소비재로서의 로봇'을 겨냥한 시도다. 사진 Sikander Iqbal,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테슬라가 내건 명분은 단순하면서도 도발적이었습니다.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며 쌓은 모터와 배터리, 그리고 자율주행에서 다듬은 인공지능 기술을 그대로 사람 모양 기계에 옮겨, 결국에는 자동차처럼 수백만 대를 찍어 내겠다는 것이었는데, 우선 자사 공장에 투입해 단순 반복 작업을 맡기고 생산 단가를 2만 달러 안팎까지 끌어내려 일반 시장으로 넓혀 간다는 이 구상은 '연구용 한 대'가 아니라 '소비재로서의 로봇'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내건 선언이었습니다.

물론 공개된 시연과 실제 양산 사이의 거리는 멀고, 발표된 일정이 거듭 미뤄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옵티머스가 지닌 상징적 무게는 결코 작지 않은데, 세계에서 가장 자동화에 능한 제조 기업 가운데 하나가 휴머노이드를 '미래의 핵심 제품'으로 공언한 순간, 다른 기업들과 투자자들도 더는 이 분야를 공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Chapter II

피규어와 'AI 우선' 도전자들

테슬라가 제조의 힘으로 밀어붙였다면, 또 다른 진영은 로봇의 '두뇌'에서 승부를 보려 했습니다. 2022년 브렛 애드콕이 세운 신생 기업 피규어(Figure)가 그 선두로, 이 회사는 2024년 두 번째 기체 Figure 02를 공개하고 BMW의 미국 공장에 시범 투입하면서 빠르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을 둘러싼 행보가 흥미로웠습니다. 피규어는 한때 오픈AI와 손잡고 로봇에 대화와 인식 능력을 입히는 실험을 진행했으나, 이후 그 협력을 정리하고 자체 인공지능 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길로 방향을 틀었는데, 이는 로봇의 몸이 결국 비슷해지더라도 그 몸을 움직이는 인공지능을 누가 쥐느냐가 진짜 해자가 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선택이었습니다.

비슷한 '소프트웨어 우선' 철학을 공유하는 도전자도 적지 않습니다. 텍사스의 앱트로닉(Apptronik)은 아폴로라는 기체로 메르세데스-벤츠 및 NASA와 협력했고, 노르웨이에서 출발한 1X는 가정에서 쓰는 휴머노이드를 표방하며 오픈AI의 투자를 받았으며, 오리건의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는 디지트라는 두 발 로봇을 아마존을 비롯한 물류 창고에 실제로 투입해 왔는데, 화려한 무대 시연보다 '오늘 당장 창고에서 상자를 나르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이들은 가장 현실적인 진영이라 부를 만합니다.

Chapter III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변신: 유압을 버리다

1편의 주인공 가운데 하나였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 새로운 국면에서 스스로를 다시 설계해야 했습니다. 오랫동안 이 회사의 상징이던 유압 구동 Atlas는 힘과 역동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무겁고 비싸며 기름이 새기 쉬운 구조라 대량 생산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구형 유압식 Atlas 로봇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구형 유압 Atlas. 힘과 역동성의 상징이었으나, 2024년 양산에 더 적합한 전기 구동 신형에 자리를 내주고 은퇴했다. 사진 DARPA,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그리하여 2024년,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상징과도 같던 유압 Atlas의 은퇴를 알리는 동시에 완전히 새로 설계한 전기 구동 Atlas를 공개했습니다. 새 기체는 사람의 관절 범위를 넘어서는 유연한 회전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이는 사람을 똑같이 흉내 내기보다 기계에 더 유리한 동작을 택한다는, 1편의 HUBO에서도 보았던 실용주의의 연장선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회사를 인수해 모기업이 된 만큼, 그동안 쌓아 온 최고 수준의 운동 제어 기술을 이제는 연구 데모가 아니라 실제 제조 현장으로 옮기는 일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Chapter IV

중국의 물량전: 유니트리와 UBTech

태평양 건너 미국 기업들이 기술과 자본으로 경쟁하는 동안, 중국은 전혀 다른 무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바로 가격과 물량입니다. 항저우의 유니트리(Unitree)는 사족 로봇으로 쌓은 양산 경험을 이족보행으로 옮겨, 2024년 소형 휴머노이드 G1을 1만 6천 달러 안팎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았는데, 수십만 달러를 호가하던 기존 연구용 휴머노이드와 비교하면 아예 자릿수가 다른 가격이었습니다.

중국 유니트리의 소형 휴머노이드 로봇 G1
유니트리 G1. 1만 6천 달러 안팎의 가격으로 휴머노이드의 진입 장벽을 단숨에 낮춘 중국산 소형 기체다. 사진 Sayanesy, CC0 (Wikimedia Commons)

유니트리의 로봇이 무대에서 춤을 추거나 격투 동작을 선보이는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거듭 화제가 되었고, 2025년 초에는 중국 최대 명절 방송 무대에 단체로 올라 군무를 추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시연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UBTech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자국의 자동차와 전자 공장에 휴머노이드를 시범 투입하며 실전 데이터를 빠르게 쌓고 있는데, 막강한 부품 공급망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 그리고 거대한 내수 시장이 맞물린 이 물량전은 기술 격차가 좁혀질수록 더욱 위협적인 무기가 됩니다.

Epilogue

껍데기 안을 들여다볼 차례

옵티머스의 대중화, 피규어의 인공지능,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운동 제어, 그리고 유니트리의 가격. 지금의 거인들은 저마다 다른 곳에 베팅하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난 기체의 모습은 오히려 점점 닮아 가고 있습니다. 두 다리로 걷고 다섯 손가락으로 쥐며 머리에 카메라를 단 사람 크기의 기계라는 큰 틀은, 사실상 한곳으로 수렴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승부는 결국 그 껍데기 안에서 갈릴 것입니다. 어떤 모터와 감속기가 관절을 움직이는지, 무엇이 균형을 잡고 사물을 인식하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몇 시간이나 버티게 하는 배터리는 무엇인지가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매끈한 겉모습 아래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휴머노이드를 기술의 언어로 한 겹씩 해부해 보겠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리즈
다음 편 → ③ 기술 해부: 이족보행·액추에이터·감속기·AI·배터리 (곧 공개)
  1. 제1편 · 역사 — 태엽인형에서 ASIMO, HUBO까지
  2. 제2편 · 현재의 거인들 — Atlas·Optimus·Figure·Unitree
  3. 제3편 · 기술 해부 (이족보행·액추에이터·감속기·AI·배터리)
  4. 제4편 · 증시 밸류체인
  5. 제5편 · 미국
  6. 제6편 · 일본
  7. 제7편 · 한국
  8. 제8편 · 중국

참고 자료 · Sources

  1. Tesla, Optimus 발표 자료 (AI Day 2021·2022, Optimus Gen 2 공개 2023).
  2. Figure AI, Figure 01·02 및 BMW 협력·자체 AI 모델 전환 관련 발표.
  3. Boston Dynamics, 유압 Atlas 은퇴 및 전기 구동 Atlas 공개(2024).
  4. Unitree, G1(2024) 사양·가격 발표 및 UBTech 등 중국 기업의 공장 시범 투입 보도.
  5. Apptronik(Apollo)·Agility Robotics(Digit)·1X 공개 자료 및 언론 보도.

이미지 출처 · Image credits

  1. Tesla Optimus — Sikander Iqbal,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2. Boston Dynamics Atlas (구형 유압) — DARPA,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3. Unitree G1 — Sayanesy, CC0, via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