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다리 실험실에서 시작해 구글·소프트뱅크·현대로 주인이 세 번 바뀐 회사. 빅도그에서 유압 아틀라스, 그리고 전기 아틀라스까지. 운동지능의 한 시대를 만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창업과 혁신, 가장 최근까지의 이야기.
한 대의 인간형 로봇이 상자 위로 뛰어올랐다가, 두 다리로 착지하고, 이어서 뒤로 완전히 한 바퀴를 돌아 두 발로 정확히 멈춰 서는 영상이 2017년 말 인터넷을 휩쓸었을 때, 많은 사람이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경이와 불안이 뒤섞인 묘한 것이었습니다. 그 백덤블링은 사람의 체조 동작을 흉내 낸 단순한 묘기가 아니라, 기계가 자기 무게중심과 회전 관성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는 하나의 선언이었고, 그 선언을 한 회사가 바로 보스턴 다이내믹스였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를 오래 지켜본 사람들에게 그 영상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한 가지 질문의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기계가 동물처럼, 사람처럼 균형을 잃지 않고 거칠게 움직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1980년대의 한 대학 실험실에서 시작되어 군용 짐꾼 로봇과 재난 구조 로봇을 거쳐, 세 번이나 주인이 바뀌는 격동의 인수합병을 견디고, 마침내 오늘날 자동차 공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전기 구동 휴머노이드에 이르렀습니다. 이 글은 그 긴 여정의 처음부터 가장 최근까지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이야기의 출발점에는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라는 한 공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1980년대에 카네기멜런대학교에서, 그리고 이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다리 연구소(Leg Laboratory)라는 실험실을 이끌며, 당시로서는 별나 보이던 한 가지 주제에 매달렸는데, 그것은 바로 바퀴가 아니라 다리로 움직이는 기계를 어떻게 균형 있게 달리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그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외다리·두 다리·네 다리 로봇들은 깡충깡충 뛰고 달리고 공중제비를 돌았으며, 이 과정에서 그는 동적 균형, 곧 멈춰 서서 안정을 찾는 대신 끊임없이 움직이며 균형을 회복하는 제어의 과학적 토대를 닦았습니다.
1992년, 레이버트는 이 연구를 대학 밖으로 가지고 나와 MIT의 스핀오프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창업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초기의 이 회사가 우리가 지금 떠올리는 로봇 회사와는 사뭇 달랐다는 사실인데, 한동안은 군과 기업을 위한 인간 동작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수익을 냈고, 물리적인 로봇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그 뒤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뿌리에 깔린 철학은 처음부터 분명했습니다. 로봇은 미리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산업용 팔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의 지형 위에서 동물처럼 스스로 균형을 잡으며 움직이는 존재여야 한다는 믿음이 그것이었습니다.
이 믿음이 세상에 처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2000년대 중반,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자금을 받아 개발한 빅도그(BigDog)를 통해서였습니다. 네 다리로 걷는 이 로봇은 무거운 짐을 지고 병사를 따라 험한 산악 지형을 넘는 군용 짐꾼을 목표로 만들어졌는데, 눈밭에서 미끄러지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자세를 회복하고, 옆에서 발로 차도 비틀거리다가 다시 균형을 잡는 그 모습은 마치 살아 있는 짐승을 보는 듯한 불쾌한 친숙함마저 불러일으켰습니다.
빅도그를 전후로 이 회사는 야생 동물의 운동 능력을 기계로 재현하려는 일련의 실험을 쏟아 냈습니다. 시속 수십 킬로미터로 트레드밀 위를 질주해 네 다리 로봇의 속도 기록을 갈아 치운 치타(Cheetah), 사람의 형상을 하고 방호복의 화학물질 차단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걷고 쪼그려 앉던 펫맨(PETMAN)이 그런 예입니다. 이 시기의 로봇들은 대부분 상업적 제품이 아니라 연구 시연이었으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를 통해 거친 환경에서의 동적 균형이라는 자신만의 영역을 누구도 따라오기 어려운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동시에 영상을 통해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갔습니다.
네 다리에서 쌓은 균형의 과학을 두 다리로 옮기는 일은 훨씬 더 어려운 도전이었는데, 그 도전의 결정체가 2013년 DARPA의 재난대응 로봇 경진대회(DRC)를 위해 공개된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Atlas)였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보여 준 것처럼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재난 현장에서 밸브를 잠그고 잔해를 치우며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초기의 아틀라스는 유압으로 구동되는 강력하지만 무겁고 거친 기계였습니다.
이 유압식 아틀라스는 처음에는 전선을 주렁주렁 매단 채 천천히 움직이는 둔중한 기계였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손을 거치며 해를 거듭할수록 놀라운 민첩함을 얻어 갔습니다. 고르지 않은 돌밭을 걸어서 건너고, 한 발로 균형을 잡고, 끝내는 점프해서 상자 위에 올라서고 백덤블링을 도는 단계에 이르렀는데, 이 과정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보여 준 것은 단지 하드웨어의 힘이 아니라 온몸의 관절을 한꺼번에 조율해 역동적인 동작을 만들어 내는 전신 제어의 깊이였습니다.
아틀라스는 상업적으로 단 한 대도 팔린 적이 없는 순수한 연구용 로봇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로봇이 중요한 까닭은, 오늘날 테슬라의 옵티머스부터 중국의 여러 휴머노이드에 이르기까지 이 시장에 뛰어든 거의 모든 회사가 의식하든 안 하든 아틀라스가 먼저 보여 준 동작의 기준선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틀라스는 팔리지 않았지만, 그 영상은 한 산업 전체의 상상력에 불을 붙였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세계 최고였으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오랫동안 돈을 버는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화려한 시연 영상과 실제로 팔리는 제품 사이의 거리가 멀었던 탓에, 이 회사는 그 가치를 알아본 거대 기업들의 손을 잇따라 거치는 독특한 운명을 걷게 됩니다. 첫 주인은 구글이었는데, 2013년 로봇 사업에 야심을 품은 구글(이후 알파벳)이 이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그러나 명확한 수익 모델을 둘러싼 견해차 속에서 구글은 결국 2017년 이 회사를 일본의 소프트뱅크에 넘겼습니다.
소프트뱅크 역시 로봇의 미래에 베팅했으나,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본격적인 사업으로 키운 것은 세 번째 주인인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이었습니다. 현대는 2020년 말 인수를 발표하고 2021년 약 11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지배 지분을 확보했으며, 이후 소프트뱅크가 남긴 잔여 지분까지 사들이며 사실상 완전한 소유로 나아갔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미국 로봇 회사의 주인이 한국의 자동차 기업이라는 이 역설은, 자동차의 대량 생산 역량과 로봇의 운동지능이 만나는 새로운 결합을 예고하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현대의 자본과 사업적 의지 아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오랜 숙제였던 상업화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그 첫 결실이 2020년 6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네 다리 로봇 스폿(Spot)이었는데, 빅도그의 후손인 이 노란 로봇개는 발전소와 건설 현장, 제조 공장과 석유·가스 시설, 광산 같은 위험하고 반복적인 점검 업무의 현장으로 팔려 나가, 수백 대가 실제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일일이 돌아보기 번거롭거나 위험한 곳을 대신 순찰하며 데이터를 모으는 일이, 화려한 백덤블링보다 먼저 돈이 되었습니다.
스폿의 원형이 된 것은 그보다 앞서 공개된 작고 민첩한 스폿미니(SpotMini)였는데, 집 안에서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열며 식기를 나르던 이 시연용 로봇은, 빅도그의 군용 거친 인상을 지우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이 일상과 산업의 현장으로 들어올 수 있음을 보여 준 다리 구실을 했습니다.
스폿에 이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물류 창고를 겨냥한 로봇 스트레치(Stretch)를 내놓았습니다. 바퀴 달린 받침 위에 길고 강한 팔과 흡착 그리퍼를 얹은 이 로봇은, 트럭에서 상자를 내리고 팔레트에 쌓는 단조롭고 힘든 작업을 자동화하도록 설계되었으며, DHL 같은 물류 기업의 현장에 도입되어 스폿과 더불어 회사의 가까운 미래 수익원이 되었습니다. 연구실의 보석으로 불리던 회사가, 비로소 스스로 돈을 버는 사업체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2024년 4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한 시대의 종언과 시작을 동시에 알리는 두 편의 영상을 잇따라 공개했습니다. 먼저 십수 년을 함께한 유압식 아틀라스가 넘어지고 뒤뚱거리던 비하인드 장면들을 모은 은퇴 영상으로 작별을 고했고, 바로 다음 날 완전히 전기로 구동되는 새로운 아틀라스를 선보였습니다. 바닥에 누워 있던 전기 아틀라스가 다리를 머리 쪽으로 기괴하게 꺾어 올리며 사람은 흉내 낼 수 없는 방식으로 벌떡 일어서던 그 장면은, 이 로봇이 더 이상 사람의 동작을 모방하는 데 머무르지 않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유압에서 전기로의 전환은 단순한 부품 교체가 아니라 철학의 전환이었습니다. 제3편에서 다룬 것처럼 유압은 강한 힘을 내지만 무겁고 기름이 새며 정밀한 제어가 까다로운 반면, 전기 구동은 더 가볍고 조용하며 섬세하게 다룰 수 있어 공장과 같은 실제 작업 현장에 훨씬 적합합니다. 새 전기 아틀라스는 사람의 관절 범위를 넘어서는 회전 자유도를 갖춰, 허리를 360도 돌리고 팔다리를 자유롭게 꺾으며, 힘과 유연성 모두에서 사람을 능가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화려한 묘기를 위한 로봇에서 진짜 일을 위한 로봇으로, 아틀라스의 목적 자체가 옮겨 간 것입니다.
전기 아틀라스가 풀어야 할 다음 과제는 몸이 아니라 머리, 곧 인공지능이었습니다. 아무리 몸이 뛰어나도 무엇을 어떻게 할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면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는 기계에 머물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두 갈래의 길을 동시에 걷고 있습니다. 하나는 창업자 레이버트가 2022년 현대의 자금으로 따로 세운 로보틱스·AI 연구소(RAI Institute)를 통해 로봇이 주변 세계를 더 잘 이해하도록 만드는 기초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2025년 도요타 연구소(TRI)와 함께 진행한 대형 행동 모델(Large Behavior Model)의 개발입니다.
특히 도요타 연구소와의 협업은 주목할 만한데, 이는 언어로 지시를 받아 걷기와 손작업을 하나의 정책 안에서 길게 이어진 작업으로 수행하도록 학습시키는 시도로, 사람이 보여 준 수많은 시범과 거기에 붙은 언어 설명을 함께 학습한 아틀라스가 일반적인 지시를 따라 스스로 움직이게 하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4년 말 이후 공개된 시연에서 아틀라스는 모의 공장 환경에서 목록에 적힌 대로 부품을 분류하고 옮기는 작업을 사람의 원격 조종 없이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2026년, 이 모든 흐름은 하나의 제품으로 수렴했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월 CES 2026 무대에서 전기 아틀라스의 양산형을 공개하고 보스턴 본사에서 곧바로 생산에 들어갔는데, 56개의 자유도와 50킬로그램의 들기 능력을 갖춘 이 양산형 아틀라스의 가장 큰 수요처는 모기업인 현대였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사 차량 제조 현장에 아틀라스를 2만 5천 대 이상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양산 초기 한 대에 13만~14만 달러 수준인 단가는 누적 생산이 5만 대를 넘으면 3만 달러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핵심 부품인 고출력 액추에이터는 현대모비스가 공급해, 자동차 그룹의 수직계열화가 로봇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수십 년의 운동지능, 곧 거친 현실 속에서 로봇의 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깊이에 있습니다. 빅도그에서 시작해 유압 아틀라스를 거쳐 전기 아틀라스에 이른 이 회사의 하드웨어와 전신 제어 기술은 여전히 업계의 기준선이며, 거기에 자동차 제조라는 거대한 실수요와 현대 그룹의 수직계열화가 더해진 점은 다른 경쟁자들이 갖지 못한 든든한 토대입니다.
그러나 도전 또한 분명합니다. 제5편에서 보았듯 테슬라는 자본과 인공지능으로, 제8편에서 보았듯 중국의 여러 기업은 압도적인 물량과 가격으로 이 시장을 추격하고 있으며, 로봇의 승부처가 점차 몸에서 두뇌로, 곧 인공지능과 대량 생산의 비용으로 옮겨 가는 흐름 속에서 운동지능의 원조라는 자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두 발로 일어선 회사가 가장 먼저 시장을 차지하는 회사가 될 수 있을지, 그 답은 전기 아틀라스가 현대의 공장에서 실제로 얼마나 쓸모 있게 일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한 시대의 운동지능을 만든 회사의 다음 장은, 지금 막 쓰이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