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 비영리 연구소가 조용히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그 이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매주 한 번 이상 손에 쥐는 AI 의 이름이 되어 있다. 이 이야기는 같은 시기, 같은 자리에서 출발했으나 다른 길을 택한 한 회사에 대한 기록이다.
이 시리즈의 1편과 2편에서 우리는 한 회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따라가 보았다. Dario Amodei 와 Daniela Amodei 가 OpenAI 라는 자리에서 떠나와 Anthropic 을 세우기까지의 5년에 걸친 길이었다. 3편에서는 그 회사의 모델 Claude 가 3년 동안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보았다. 그리고 이번 4편에서는 그 모든 이야기의 다른 한쪽, 즉 그들이 떠나 온 자리이자, 그 후로도 같은 산업 안에서 가장 큰 동행이자 가장 큰 경쟁자로 남아 있는 회사, OpenAI 의 11년을 들여다 보고 싶다.
두 회사는 같은 출발선에서 갈라졌다는 점에서, 이 산업의 거의 모든 다른 사례와 다르다. 같은 사람들이 같은 시기에 같은 책상에 앉아 있다가, 어떤 결정 앞에서 다르게 답을 내렸다. 그 결정의 결과가 두 회사의 모양으로 그 자리에 남았다. 따라서 OpenAI 의 이야기를 짚는다는 것은 단지 한 회사의 연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질문 앞에서 다른 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어떤 모양인가'를 따라가는 일에 더 가깝다.
이 글은 11년의 모든 사건을 빠짐없이 다루지는 않는다. OpenAI 라는 거대한 존재의 핵심 마디들, 즉 비영리로 출발한 2015년, ChatGPT 가 세상에 등장한 2022년 말의 5일, Sam Altman 이 해고되었다가 닷새 만에 돌아온 2023년 11월의 위기, 그리고 그 후의 멀티모달과 추론 모델 시대까지. 그 핵심 마디들을 따라가면서, 같은 시기 Anthropic 은 어디에 있었는지를 곁가지로 짚어 보려 한다.
2015년 12월 11일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미디어 기사 한 꼭지가 그 시작을 알렸다. 새로운 비영리 AI 연구 기관이 생긴다는 짧은 소식. 이름은 OpenAI. 사명은 한 줄이었다. "인공일반지능(AGI)이 모든 인류에게 이익이 되도록 보장한다." 자금 약속은 10억 달러. 큰 숫자였다. 영리 목적이 없는 연구 기관에 들어가는 액수치고는 특히 그랬다.
창립 멤버의 면면이 흥미로웠다. 이사회에는 Sam Altman 과 Elon Musk 가 공동 의장으로 앉았다. 연구를 이끄는 자리에는 Ilya Sutskever 가 들어왔다. 구글 브레인에서 일하던 Sutskever 는 딥러닝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었고, 그가 OpenAI 로 옮겨 온다는 사실 자체가 분야에 보낸 강한 신호였다. CTO 는 Greg Brockman, Stripe 의 전 CTO 였다. 그 외에 Wojciech Zaremba, Andrej Karpathy, John Schulman 등 당시 가장 두각을 보이던 젊은 연구자들이 이름을 함께 올렸다.
이 시작에는 두 가지 결정적 가정이 있었다. 첫째, 강력한 AI 가 결국 만들어진다는 것. 둘째, 그 기술이 한 회사의 영리 목적에 갇히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비영리로 시작했고, 그래서 "오픈" 이라는 단어를 회사 이름의 한가운데에 박아 넣었다.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협력하고, 다른 기관들이 따라올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초기의 방향이었다. 이 시점에서 OpenAI 의 정체성은 지금 우리가 아는 OpenAI 와는 사뭇 다른 모양이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의 3년은 Gym, Universe, Dota 2 봇 같은 강화학습 프로젝트들이 중심이었다. 사람들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2017년 8월, 자체 학습한 봇이 Dota 2 라는 복잡한 게임의 1대 1 매치에서 세계 정상급 프로 선수를 이긴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 시기까지의 OpenAI 는 일반 대중에게는 여전히 멀리 있는 연구 기관이었다.
그러나 2018년에 균열이 시작되었다. 2월, Elon Musk 가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공식 이유는 Tesla 의 AI 작업과의 이해 상충이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내부 갈등이 있었다는 보도가 이후에 잇따랐다. Musk 는 자신이 OpenAI 의 CEO 가 되어 직접 방향을 잡는 안을 제시했고, 다른 창립자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정황이 있다. 그가 떠난 뒤, OpenAI 는 자금 조달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10억 달러는 약속이었지, 실제 입금된 액수가 아니었다.
2018년 6월, 한 편의 논문이 조용히 공개되었다. 제목은 "Improving Language Understanding by Generative Pre-Training". 저자는 Alec Radford 외 OpenAI 연구진이었고, 그 안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모델의 이름이 GPT-1 이었다. 117M 파라미터의 트랜스포머 디코더 기반 모델. 그 시점의 산업에서는 적당히 흥미로운 결과를 낸, 그러나 다른 트랜스포머 기반 모델들 사이에 묻혀 있던 한 줄의 결과였다.
그 다음 해인 2019년 2월, GPT-2 가 공개되었다. 1.5B 파라미터. 첫 모델보다 10배 컸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GPT-2 가 만들어 내는 텍스트의 자연스러움이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그리고 OpenAI 는 이 모델을 한꺼번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 모델이 잘못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명시하며, 작은 버전부터 단계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결정은 산업 안에서 찬반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어떤 이들은 책임 있는 공개라고 평가했고, 다른 이들은 모델의 위험을 과장하는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이 결정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인물 중 하나가 Dario Amodei 였다. 시리즈 2편에서 본 그 Dario Amodei. 당시 OpenAI 의 연구 부사장이었다. 그는 모델이 커질수록 그것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일찍부터 진지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을 회사 안에서 강하게 폈고, GPT-2 의 단계적 공개는 그러한 입장이 정책으로 구체화된 사례 중 하나였다.
그리고 2020년 5월, GPT-3 가 공개되었다. 175B 파라미터. GPT-2 의 100배 이상이었다. 이때부터 산업의 풍경이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단순히 모델이 커진 것이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모델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능력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드러났다. 사람과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고, 시키지 않은 작업을 짧은 지시만 듣고도 어림짐작으로 해 보는 수준이었다. 산업 안에서는 이때부터 "스케일링이 답일 수 있다" 는 가설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았다.
GPT-3 는 처음으로 일반 개발자가 API 를 통해 직접 써 볼 수 있는 OpenAI 모델이기도 했다. 그 전까지의 GPT 시리즈는 연구 결과로만 머물러 있었다. 이때부터 OpenAI 의 정체성이 한 줄 바뀌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비영리 연구소" 에서 "AI 를 API 로 제공하는 회사" 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 3월, OpenAI 가 한 가지 큰 결정을 발표했다. 회사 구조를 둘로 쪼개는 결정이었다. 기존의 OpenAI Inc 는 비영리 모기관으로 남기고, 그 산하에 영리 자회사 OpenAI LP 를 새로 두는 구조였다. 새 자회사는 투자를 받을 수 있고 직원에게 지분 보상을 줄 수 있되,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에는 상한이 걸린다. 초기 투자자의 경우 투자한 금액의 약 100배까지만 회수할 수 있고, 그 이상의 모든 수익은 비영리 모기관으로 흘러들어 간다는 구조였다. 이른바 "capped-profit" 모델.
이 결정은 OpenAI 가 처음의 "비영리" 라는 이름값에서 일정 부분 물러섰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회사의 설명은 명확했다. "AGI 를 만드는 데 드는 자본의 규모가 비영리 구조로만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 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새 구조의 첫 번째 큰 파트너가 바로 그 해 7월에 발표된 Microsoft 였다. 10억 달러의 투자, 그리고 Azure 클라우드 위에서 OpenAI 의 모델을 학습시킨다는 독점적 인프라 계약. 이 한 묶음의 발표가 이후의 모든 흐름을 결정지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이 결정의 한 쪽에서, 회사 내부에서는 깊은 균열이 자라고 있었다. 시리즈 2편에서 보았듯이, Dario Amodei 를 비롯한 안전 중심 연구자들은 회사가 점점 더 빠른 상용화 쪽으로 기우는 것에 대한 우려를 키워 가고 있었다. 비영리에서 capped-profit 으로의 전환은 그 우려에 한 번 더 무게를 더한 사건이었다. 같은 책상에서 같은 결정문을 읽었던 사람들이, 그 결정문의 의미를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2021년 초, Dario 와 Daniela Amodei, 그리고 함께한 5명의 연구자들이 OpenAI 를 떠났다. 그들은 같은 해 Anthropic 을 세웠다. 시리즈 1편과 2편이 다룬 그 이야기다. 이 떠남은 단지 인재의 이동이 아니라, "AI 안전을 어떤 구조 안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에 대한 두 가지 답이 한 산업 안에 동시에 존재하게 되었다는 신호였다.
한편 Microsoft 와의 동맹은 더 깊어졌다. 2023년 1월, Microsoft 는 OpenAI 에 추가로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이 시점에서 OpenAI 의 비영리적 정체성은 거의 완전히 영리 회사의 그것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러나 회사의 법적 구조는 여전히 비영리 모기관이 영리 자회사를 통제하는 모양이었다. 이 어색한 이중 구조가, 몇 달 뒤의 큰 위기로 이어진다.
2022년 11월 30일 이었다. 그날 OpenAI 가 한 가지를 무료로 공개했다. 이름은 ChatGPT. 모델은 GPT-3.5 기반이었고, 인터페이스는 그저 메시지를 주고받는 채팅창 하나였다. 회사 내부에서도 큰 기대는 없었다. 사내에서는 "low-key research preview", 그러니까 가벼운 연구용 시제품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제품이 세상에 도착한 뒤 5일 동안 일어난 일은 OpenAI 안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출시 5일째 되는 날, Sam Altman 이 트위터에 한 줄을 올렸다. "ChatGPT 사용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 5일 만의 100만 명. 비교 자료가 있다. Facebook 이 100만 사용자에 도달하는 데 약 10개월이 걸렸고, Instagram 은 약 2개월, Spotify 는 약 5개월이 걸렸다. ChatGPT 는 그 모든 기록을 한참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 다음 두 달 만에는 월간 활성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었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1억 사용자에 도달한 소비자 서비스 였다.
이 시점에서 산업의 풍경이 다시 한 번 통째로 바뀌었다. 그 전까지 AI 는 일부 개발자와 일부 연구자의 도구였다. ChatGPT 는 그 경계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대학생이 보고서를 다듬는 데 쓰고, 직장인이 이메일 초안을 잡는 데 쓰고, 부모가 아이의 숙제를 도와주는 데 썼다. AI 가 일상의 도구 자리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자리를 가장 먼저 차지한 이름이 ChatGPT 였다.
경쟁의 양상도 즉시 바뀌었다. 구글이 비상회의를 소집해 자체 챗봇 출시를 가속화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2023년 2월의 Bard 였다 (이후 Gemini 로 이름이 바뀐다). Meta, Amazon, Microsoft 의 다른 부서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같은 시기, Anthropic 은 시리즈 3편에서 본 것처럼 Claude 1.0 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ChatGPT 가 만든 단 하나의 단어 "AI 챗봇" 의 시장 표준은, 이후 모든 후발 주자가 어떤 형태로든 따라야 하는 기준이 되었다.
2023년 3월 14일. 시리즈 3편에서 우리는 이 날을 Claude 1.0 의 데뷔 날로 짚었다. 같은 날, OpenAI 는 GPT-4 를 발표했다. 두 모델이 같은 날 같은 무대에 올라온 셈이었다. 그러나 이 둘 사이의 무게중심은 같지 않았다. 그 시점의 GPT-4 는 거의 모든 주요 벤치마크에서 가장 강한 모델이었다. 미국 변호사 시험 상위 10%, GRE 정량 상위권, 다양한 학문 영역의 시험 문제들에서 사람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결과들이 같은 보고서에 함께 실려 있었다.
GPT-4 는 OpenAI 가 처음으로 모델의 정확한 파라미터 수, 학습 데이터셋, 학습 방법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모델이기도 했다. 회사의 설명은 "경쟁 환경과 안전 고려 때문" 이었다. 비판도 있었다. "오픈"이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가 더 이상 자신의 모델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 회사의 정체성이 어디로 옮겨갔는지를 가장 또렷이 보여 주는 단서였다. OpenAI 는 이제 거의 완전히 영리 회사의 작동 방식에 가까웠고, 그 정체성을 회사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이후 약 1년 동안 GPT-4 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1위였다. ChatGPT 의 유료 구독자 수도 빠르게 늘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ChatGPT Plus 의 구독자 수는 200만 명을 넘었고, API 를 통한 기업 고객도 빠르게 늘었다. 회사의 연 매출은 같은 시점에 약 13억 달러로 추정되었다. 비영리 연구소로 출발한 회사가 8년 만에 도달한 숫자였다.
같은 시기, 시리즈 3편에서 본 것처럼 Anthropic 의 Claude 2 가 100K 컨텍스트 윈도를 들고 시장에 들어왔다. 그 차이가 한 영역에서의 격차를 만들었다. 긴 문서를 다루는 작업에서는 Claude 가 GPT-4 보다 더 쓸 만한 도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종합적인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OpenAI 가 압도하고 있었다. 한 모델이 거의 모든 자리를 차지하던 그 1년이, AI 산업의 한 시기를 정의했다.
11월 6일에는 DevDay 라는 이름의 첫 번째 개발자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GPTs, Assistants API, GPT-4 Turbo, 그리고 이미지 입력 같은 기능들이 한꺼번에 발표되었다. Sam Altman 이 무대 위에서 차례로 이 기능들을 소개하는 모습은, 이 시기 OpenAI 의 자신감이 어디까지 와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한 회사가 산업의 거의 모든 결정적인 자리에 동시에 손을 대고 있었다.
2023년 11월 17일 금요일 오후 12시 19분 (태평양 시간). OpenAI 의 공식 블로그에 한 줄의 글이 올라왔다. "이사회가 Sam Altman 을 CEO 직위에서 해임하기로 했다." 이유 부분은 짧고 모호했다. "이사회와의 소통에서 일관성 있게 솔직하지 않았다" 는 표현. 글이 올라온 몇 분 전, Sam Altman 본인은 Google Meet 회의에서 그 결정을 들었다. 같은 시점에 Greg Brockman 도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다는 결정이 함께 발표되었다.
그 시점의 이사회는 6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Sam Altman, Greg Brockman, Ilya Sutskever 가 회사 측 인사였고, 외부 이사로 Adam D'Angelo (Quora CEO), Tasha McCauley, Helen Toner 가 있었다. 표결의 정확한 내용은 끝까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Sutskever 와 외부 이사 3명이 해임에 동의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회사를 둘로 가르는 결정이 6명의 작은 이사회에서 결정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비영리 모기관이 영리 자회사를 통제하는 그 어색한 구조가 가장 극단적으로 작동한 순간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 회사 안과 밖에서 일어난 일들은 거의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토요일 새벽, Microsoft 의 Satya Nadella 는 처음으로 이 결정을 알게 되었다. 그는 격분했다. 회사가 100억 달러를 투자한 핵심 파트너의 CEO 가 자신의 사전 동의도 없이 갑자기 해고된 상황이었다. 같은 주말, Sam Altman 과 Greg Brockman 은 자신들의 새로운 자리를 빠르게 모색하기 시작했다. Microsoft 가 한 가지 카드를 던졌다. "Sam Altman 과 Greg Brockman, 그리고 OpenAI 를 따라 나오는 모든 직원을 Microsoft 가 받아들이겠다."
월요일 아침, OpenAI 의 약 770명 직원 중 738명이 한 장의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내용은 한 줄로 요약될 수 있었다. "이사회가 Sam Altman 을 복귀시키지 않으면, 우리도 모두 회사를 떠나 Microsoft 로 갈 것이다." 95% 가까운 직원의 같은 방향의 의지. 회사를 지키려는 의지가 아니라, 이사회의 결정을 거부하는 의지였다. 회사의 실질적 자산이 모델의 가중치도 데이터도 아닌, 그 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이 한 장의 서명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화요일 늦은 밤, 이사회가 입장을 바꿨다. 수요일 새벽까지의 협상 끝에, Sam Altman 의 CEO 복귀가 합의되었다. 같은 자리에서 이사회 자체도 재편되었다. 외부 이사 중 일부가 물러나고, 새로운 외부 이사들이 합류했다. Ilya Sutskever 는 이사회에서 물러났고 (이후 회사에서도 떠나 2024년에 별도의 안전 중심 AI 회사 SSI 를 설립한다), 새 이사회에는 Bret Taylor 가 의장으로 들어왔다. 5일의 위기가 끝났다.
이 5일 동안 산업 전체가 멈추었다고 봐도 좋다. 다른 모든 AI 회사들, 그 안에는 Anthropic 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사건이 어떤 결과로 끝날지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만약 Sam Altman 이 Microsoft 로 옮겨갔다면, 산업의 지형은 그 자리에서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 가능성이 56시간 동안 산업 위에 떠 있었다. 비영리 모기관이 영리 자회사를 통제하는 구조의 약점이 가장 또렷이 드러난 순간이자, 회사의 진짜 실권이 어디에 있는지가 가장 또렷이 보인 순간이기도 했다.
위기를 넘긴 OpenAI 의 2024년은 모델 발표가 거의 매 분기마다 이어진 해였다. 2월에 Sora 가 공개되었다. 텍스트 프롬프트 한 줄에서 최대 1분 길이의 영상을 생성하는 모델. 데모로 공개된 영상들의 품질은 그 시점의 다른 영상 생성 모델들과 분명히 다른 층위에 있었다. 같은 시기, 시리즈 3편에서 본 Claude 3 가 막 발표되었던 시점이다. 영상이라는 영역에서는 OpenAI 가 한 발 더 앞에 있었다.
5월에는 GPT-4o (omni) 가 발표되었다. 이전까지 음성, 이미지, 텍스트를 각각 다른 모델로 처리하던 구조에서, 이 모델은 셋을 하나의 신경망 안에서 함께 다루기 시작했다. 음성 입력에 대한 응답이 사람의 자연스러운 대화 속도에 거의 닿을 만큼 빨라졌다. 발표 자리의 데모에서 GPT-4o 가 사용자의 감정 변화를 음성에서 읽어 내 응답에 반영하는 장면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 "Her" 의 한 장면 같다는 평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9월, OpenAI 는 처음으로 추론에 특화된 모델 시리즈 o1 을 공개했다. 답을 내놓기 전에 길게 생각하는 모델. 시리즈 3편에서 본 Claude 3.7 Sonnet 의 Extended Thinking 과 같은 방향이었지만, 시기는 OpenAI 가 약 5개월 앞섰다. 수학 올림피아드 수준의 문제, 박사급 과학 문제에서 이전 GPT-4 계열을 압도하는 결과가 나왔다. AI 가 단순히 패턴을 매칭하는 단계에서, 무언가에 가까운 추론을 시도하는 단계로 옮겨가는 풍경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2024년 말부터 2025년에 걸쳐서는 o3, GPT-4.5 (코드명 Orion), 그리고 다음 세대의 모델들이 차례로 공개되었다. 매번의 발표마다 새로운 기록이 쌓였다. 일부 영역에서는 OpenAI 가 여전히 가장 앞에 있었고, 다른 일부 영역에서는 Anthropic 의 Claude 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장은 더 이상 단 하나의 1위가 모든 자리를 가져가는 모양이 아니었다. 영역마다, 사용 사례마다 가장 좋은 모델이 달라지는 풍경이 자리 잡았다.
이 시기에 또 한 가지 짚어 둘 변화가 있었다. OpenAI 의 회사 구조 자체의 재편 논의였다. 2024년부터 2025년에 걸쳐, OpenAI 가 비영리 모기관 통제 구조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영리 회사 구조로 전환하는 안이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이 전환은 5일의 위기에서 드러난 구조적 약점에 대한 회사 차원의 답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환은 동시에 비판도 받았다. "비영리로 약속하고 받은 자원을 영리 회사가 가져가는 것이 정당한가" 라는 질문이 산업과 시민 사회 양쪽에서 제기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6년 봄 기준으로, OpenAI 는 다음과 같은 회사다. ChatGPT 의 주간 활성 사용자가 약 5억 명을 넘는다. 그중 유료 구독자가 약 2천만 명 규모로 추정된다. 연 매출은 약 15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 가치는 가장 최근의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약 3,000억 달러 안팎으로 평가받았다. 11년 전 10억 달러 약속으로 시작한 비영리 연구소가, 이 자리에 와 있다.
제품의 풍경도 한결 넓어졌다. 일반 사용자를 위한 ChatGPT, 개발자를 위한 API, 기업 고객을 위한 ChatGPT Enterprise, 영상 생성을 위한 Sora, 그리고 추론 특화의 o 시리즈가 모두 한 회사의 라인업이다. 운영체제와의 통합도 깊어졌다. Microsoft 의 Windows 와 Office 안에 OpenAI 의 모델이 깊숙이 들어가 있고, Apple 의 Apple Intelligence 의 일부 기능도 OpenAI 의 모델을 호출한다. 한 회사의 모델이 일상의 거의 모든 디지털 표면에 닿아 있는 풍경이 자리 잡았다.
경쟁의 양상은 다르게 정리되었다. 시리즈 3편의 끝에서 본 것처럼, AI 모델의 시장은 더 이상 단 하나의 챔피언이 모든 자리를 가져가는 모양이 아니다. 영역별로 가장 좋은 모델이 다르고, 사용자별로 선호하는 모델이 다르다. 종합적인 사용자 수에서는 OpenAI 가 압도적이지만, 특정 영역, 예를 들어 코딩 작업이나 긴 문서 분석에서는 Anthropic 의 Claude 가 더 자주 선택된다. Google 의 Gemini 는 자사 생태계 안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xAI 의 Grok, Meta 의 Llama 계열 같은 다른 후보들도 각자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같은 회사에서 출발했지만 다른 길을 선택한 두 회사를 나란히 놓고 보면, 두 회사가 산업 안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분명히 다르다. OpenAI 는 대중 시장의 가장 앞에 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매일 손에 쥐는 AI 의 이름이고, 가장 큰 매출을 만드는 회사다. Anthropic 은 안전 중심의 정체성과 깊이 있는 작업 도구의 자리에 있다. 매출 규모는 OpenAI 의 약 1/5 수준이지만, 개발자 시장과 안전 중심 기업 고객 시장에서 또렷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같은 산업 안에서 두 회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공한 셈이다.
이 시리즈의 1편부터 4편까지를 한 자리에 놓고 보면, 한 가지가 또렷해진다. AI 안전이라는 한 줄의 질문 앞에서 같은 책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그 질문의 답을 다르게 적었고, 그 답의 차이가 두 회사의 모양으로 그 자리에 남았다는 사실이다.
OpenAI 의 답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강력한 AI 는 결국 만들어진다. 그것이 한 회사에 갇히지 않으려면,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만들어 시장의 가장 앞자리에 서야 한다. 그 자리에서 안전을 다루는 것이 가장 영향력이 크다." 이 답은 자본의 빠른 흡수, 대중 시장의 빠른 점유, 그리고 그 위에서의 안전 기능 강화라는 전략으로 이어졌다. 결과로 보면 OpenAI 는 산업의 가장 큰 회사가 되었고, ChatGPT 라는 단어가 AI 의 동의어가 되는 풍경을 만들었다.
Anthropic 의 답은 다른 쪽이었다. "강력한 AI 는 결국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것을 어떤 구조 안에서 만드느냐가 결과를 가른다. 안전을 먼저 다지지 않은 채 빠르게 가는 것은, 결국 모두에게 더 큰 비용을 만든다." 이 답은 더 느리고 더 보수적인 출시, 더 깊은 안전 평가 절차, 그리고 그 위에서의 모델 능력 강화라는 전략으로 이어졌다. 결과로 보면 Anthropic 은 작지만 또렷한 정체성을 가진 회사가 되었다.
두 답 중 어느 쪽이 옳은지 이 글이 결론을 내릴 자리는 아니다. 그 답은 이 산업이 앞으로 5년, 10년에 걸쳐 만들어 갈 결과를 통해 사후에야 분명해질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지금 시점에서도 짚어 둘 수 있다. 두 답이 같은 산업 안에서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산업의 건강함을 지키는 한 가지 장치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 가지 답만이 시장의 모든 자리를 차지했다면, AI 라는 강력한 기술의 미래는 더 빈약한 모양이 되었을 것이다.
이 시리즈의 다음 회에서는 OpenAI 와 Anthropic 외의 다른 큰 경쟁자들, 즉 Google, Meta, xAI, Mistral 같은 회사들이 같은 산업 안에서 어떤 자리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를 따라가 볼 예정이다. 그 자리들의 모양 역시, 위의 두 가지 답 사이의 어디쯤에 있는지를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