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Anthropic Story · Series
Episode 3

Claude의 진화,
1.0에서 4.7까지의 3년

2023년 봄, 조용히 데뷔한 한 모델이 있었다.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난 지금, 그 모델은 1백만 토큰의 컨텍스트를 다루고, 컴퓨터를 직접 조작하며, 자신의 사고 과정을 보여 주는 모델이 되었다. 그 사이에 어떤 결정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Published 2026·05·25 · 16 min read · by Lucky Blog Editorial
Prologue

3년이라는 시간

3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한 사람이 대학을 다니다 그만두고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이고, 한 도시의 풍경이 천천히 달라지는 시간이며, 한 회사가 만들었던 첫 약속을 시험받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AI 모델의 세계에서 3년은 다르게 흐른다. 같은 회사가 같은 이름으로 내놓은 모델이라 해도, 그 시작과 끝 사이에는 거의 다른 차원의 능력이 놓여 있다. Claude라는 이름이 처음 세상에 나온 2023년 봄과, 이 글을 쓰고 있는 2026년 봄 사이가 정확히 그렇다.

이 글은 그 3년 동안 Claude라는 모델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짚어 보려는 글이다. 단순히 버전 번호의 변화를 나열하려는 것은 아니다. 매 단계마다 Anthropic이라는 회사가 어떤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용자의 일상과 산업의 지형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함께 따라가 보고 싶다. 1.0에서 2, 3, 3.5, 3.7을 지나 4와 4.5, 그리고 현재의 4.7까지. 숫자만 보면 단순히 올라가는 계단처럼 보이지만, 그 사이마다 결을 따라 들여다 보면 꽤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먼저 한 가지 짚어 두고 싶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회사가 처음 세웠던 질문, '이 기술이 정말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모든 새 버전은 이 질문을 다시 묻는 과정이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능력이 커질수록 그 질문은 가벼워지지 않고 무거워졌다. 그 무게의 변화도 함께 따라가 보려 한다.

Chapter One

Claude 1.0 — 조용한 데뷔

Claude 1.0 — 2023년 3월 첫 공개
Anthropic이 2023년 3월 14일 발표한 첫 모델 Claude. 같은 날 두 가지 라인으로 공개되었다. 본격적인 응답을 다루는 Claude와, 더 빠르고 가벼운 Claude Instant. PHOTO · Anthropic announcement, 2023.03

2023년 3월 14일이었다. Anthropic이 처음으로 자사 모델의 이름을 세상에 공개한 날이다. 이름은 Claude. 영국 정보이론의 선구자 Claude Shannon에서 따 왔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같은 날 두 가지 버전이 함께 발표되었다. 본격적인 작업을 다루는 Claude와, 더 빠르고 가벼운 Claude Instant. 처음부터 두 트랙으로 시작한 셈이었다.

분위기는 차분했다. 4개월 전인 2022년 11월에 OpenAI의 ChatGPT가 세상을 한 차례 흔들고 지나간 직후였다.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히 그쪽에 쏠려 있었다. Claude의 데뷔는 떠들썩한 발표회나 화려한 시연 없이 진행되었다.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형이 있고, 무대 옆에서 조용히 자신의 일을 준비하고 있는 동생이 있는 풍경이었다. 처음부터 Anthropic은 대중 인터페이스 대신 API와 파트너십을 통해 모델을 세상에 내보내는 길을 택했다.

초기 파트너들의 면면은 흥미로웠다. Quora의 대화형 서비스 Poe, 글쓰기 협업 도구 Notion AI, 검색 보조 도구 DuckAssist, 노트 작성 보조 도구 Jasper.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통합 중 하나가 Slack이었다. 회사의 메시지 채널 안에서 곧장 Claude를 호출할 수 있는 도구가 만들어졌다. 일반 소비자가 Claude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통로 중 하나가 바로 Slack 봇이었다.

기술적으로 Claude 1.0의 컨텍스트 윈도는 약 9,000 토큰 수준이었다. 지금의 기준에서 보면 작아 보이지만, 당시로서는 일반 챗봇과는 다른 영역의 작업을 가능하게 했다. 길게 늘어진 회의록을 요약하거나, 수백 줄의 코드 파일을 한 번에 검토하는 일이 가능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이 있었다. 이 모델에는 Constitutional AI라고 불리는, 모델이 자신의 답변을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수정하는 학습 절차가 처음으로 본격 적용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피드백만으로 모델을 다듬는 방식의 한계를 넘어 보려는 시도였다.

"우리는 Claude를 만드는 첫 단계부터, 사람의 라벨에만 기대지 않는 방식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모델이 자신의 답변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정해진 원칙에 비추어 스스로 고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 Jared Kaplan, Anthropic 공동 창립자, 2023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Claude 1.0의 실력은 GPT-4의 그림자 아래에 있었다. 2023년 3월 14일은 공교롭게도 OpenAI가 GPT-4를 발표한 바로 그날이기도 했다. 같은 날 두 모델이 공개되었고, 두 모델은 곧장 비교의 대상이 되었다. 일반 벤치마크에서 Claude 1.0은 GPT-4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Claude의 등장이 의미가 작았다는 뜻은 아니다. 작더라도 새로운 선택지가 시장에 들어왔다는 사실, 그리고 그 선택지의 이름에 '안전한 AI 연구 기관'이라는 정체성이 명확히 붙어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산업의 풍경에 한 줄의 새 좌표를 그어 놓았다.

Chapter Two

Claude 2 — 컨텍스트라는 새 영역

Claude 2 — 100K 토큰 컨텍스트 윈도
2023년 7월에 발표된 Claude 2. 100,000 토큰의 컨텍스트 윈도를 들고 나왔다. 한 권의 책 분량을 한 번에 입력할 수 있는 양이었다. 같은 시점에 일반 사용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claude.ai 웹 인터페이스도 함께 열렸다. PHOTO · Anthropic press, 2023.07

약 넉 달 뒤인 2023년 7월 11일, Anthropic은 Claude 2를 발표했다. 외형상으로는 단순한 버전 업이었지만, 실제로는 차원이 다른 도약이었다. 핵심은 두 가지였다. 첫째, 컨텍스트 윈도가 9K에서 100,000 토큰으로 확장되었다. 둘째, claude.ai라는 이름의 웹 인터페이스가 일반 사용자를 향해 처음 열렸다. 미국과 영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한정 출시였지만, 어쨌든 무대의 정면이 처음으로 켜진 순간이었다.

100K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잠시 짚어 두자. 평균적인 영문 소설 한 권이 대략 75,000에서 100,000 단어 안팎이다. 토큰 환산으로는 보통 한 단어가 1.3에서 1.5 토큰 정도 된다. 그러니 100K 토큰은 대략 한 권의 책이 통째로 들어가는 양이다. 이전 9K 토큰 시대에는 긴 PDF를 챗봇에게 검토받으려면 사람이 직접 토막을 내야 했다. 100K 시대에는 한 번에 던져 놓고 질문하면 됐다. 변호사가 200페이지 계약서를 통째로 검토받고, 연구자가 한 편의 학술 논문을 통째로 요약 받고, 개발자가 큰 코드 파일 여러 개를 한꺼번에 분석 받는 일이 가능해졌다.

코딩과 수학에서도 점프가 있었다. 미국 변호사 시험(US Bar Exam)에서 상위 90 백분위에 들었고, GRE 작문 영역에서도 상위권에 진입했다. HumanEval이라는 코딩 벤치마크에서는 71%를 기록했다. 이는 Claude 1의 56%에서 크게 오른 수치였다. 모델이 단순히 더 긴 글을 다루게 된 것이 아니라, 한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도움이 되는 도구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4개월 뒤인 11월 21일에는 Claude 2.1이 발표되었다. 컨텍스트 윈도는 다시 두 배로 늘었다. 200,000 토큰. 약 500페이지에 해당하는 분량이었다. 이때 더 중요했던 변화는 환각(hallucination) 비율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점이었다. 모델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빈도가 늘었다는 뜻이다. 동시에 도구 호출(tool use)이 베타로 공개되었다. 모델이 외부 API를 직접 부르거나,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거나, 사용자의 함수를 실행할 수 있게 된 첫 단계였다. 한 해 뒤에 본격화될 agentic AI의 씨앗이 이 시점에 심어졌다고 봐도 될 것이다.

Chapter Three

Claude 3 — 세 자매의 시대

Claude 3 — Haiku, Sonnet, Opus 3 등급 체계
2024년 3월에 발표된 Claude 3 패밀리. 셋이 함께 등장했다. 가벼운 Haiku, 균형 잡힌 Sonnet, 가장 강력한 Opus. 셋 모두 처음으로 이미지를 이해할 수 있는 멀티모달 모델이었다. PHOTO · Anthropic Claude 3 launch, 2024.03

2024년 3월 4일이었다. Anthropic은 한꺼번에 세 개의 모델을 공개했다. 이름은 Haiku, Sonnet, Opus. 일본의 짧은 정형시, 셰익스피어 시대의 14행 시, 그리고 작곡가들이 평생을 걸어 만드는 대작. 세 단어가 한 자리에 모이자 그 자체로 한 줄의 시처럼 읽혔다. 이 작명은 단순한 멋부림이 아니라 명확한 메시지였다. 같은 가족 안에 서로 다른 호흡의 모델들이 있고, 사용자는 자신의 용도에 맞게 그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는 메시지였다.

가장 가벼운 Haiku는 빠르고 저렴했다. 챗봇 응답, 단순 분류, 빠른 검색 같은 일에 적합했다. 가운데의 Sonnet은 일상적인 작업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았다. 가장 무거운 Opus는 깊은 분석, 복잡한 추론, 긴 글의 작성 같은 일을 위한 자리였다. Anthropic이 이 3등급 체계를 한꺼번에 들고 나왔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전까지 AI 모델 시장은 '가장 좋은 모델 하나'를 두고 경쟁하는 분위기였다. Claude 3는 그 구조를 살짝 비틀어 놓았다. 한 자리에 같은 가족 셋이 함께 등장하면서, 사용자가 가격과 속도와 능력을 저울질해 가며 선택하는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기술적인 변화도 컸다. 셋 모두 이미지 입력을 지원하는 멀티모달 모델이었다. 사진을 보여 주면 그 안의 객체를 인식하고, 차트를 보여 주면 그 안의 수치를 읽어 내고, 손글씨로 적힌 메모를 보여 주면 그 내용을 정리해 주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텍스트 입력 한 줄로 작동하던 모델이, 처음으로 '본다'는 감각을 추가한 셈이었다.

벤치마크에서도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Opus는 MMLU, GPQA, HumanEval 같은 주요 지표에서 당시 GPT-4 Turbo를 일정 수준 능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 시점에서 처음으로 Claude가 GPT 라인을 능가하는 모델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시장의 위치가 살짝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더 이상 'OpenAI 다음의 무엇'이 아니라, 같은 무대 위에 서서 직접 경쟁하는 회사로 옮겨 가는 단계였다.

"Claude 3 패밀리를 만들면서 우리는 사용자가 단 하나의 모델에 갇히지 않기를 바랐다. 어떤 일에는 빠른 모델이, 어떤 일에는 깊이 생각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그 선택지를 같은 자리에 놓는 일이 중요했다." — Anthropic Claude 3 announcement, 2024.03
Chapter Four

3.5 Sonnet — 가운데 자리가 정상에 서다

Claude 3.5 Sonnet — Artifacts UI 데뷔
2024년 6월에 공개된 Claude 3.5 Sonnet. 같은 시점에 Artifacts라는 새 인터페이스가 등장했다. 모델이 만들어 낸 코드, 문서, 다이어그램이 화면 오른쪽 패널에 실시간으로 펼쳐졌다. 대화창과 결과물이 같은 화면에 공존하는 첫 경험이었다. PHOTO · Anthropic Artifacts launch, 2024.06

2024년 6월 20일. 이 날 Anthropic이 공개한 모델 한 줄이 시장의 관성을 가볍게 흔들었다. Claude 3.5 Sonnet. 이름이 알려 주듯 이 모델은 Claude 3 패밀리의 가운데에 있던 Sonnet의 후속이었다. 그런데 성능을 들여다보니 이상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같은 패밀리에서 가장 무거운 자리에 있던 Opus를 가운데 자리의 Sonnet이 능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크고 무거운 모델이 자동으로 강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데이터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구체적인 숫자를 짚자면 HumanEval에서 92%를 기록했다. 사람 수준의 코딩 보조에 거의 닿은 수치였다. MMLU와 GPQA에서도 직전 Opus를 능가했다. 그러면서도 Sonnet의 추론 비용은 Opus의 1/5 수준이었고, 응답 속도는 약 두 배 빨랐다. 가격이 싸고, 속도가 빠르고, 답이 더 좋다. 사용자 입장에서 굳이 더 비싼 모델로 갈 이유가 사라지는 구간이었다.

그러나 이 발표에서 더 큰 충격은 모델 자체보다 함께 공개된 한 가지 인터페이스에 있었다. Artifacts라는 이름의 사이드 패널이었다. 대화창에서 코드를 요청하면, 코드가 그 자리에서만 표시되는 것이 아니라 화면 오른쪽에 별도의 캔버스로 펼쳐졌다. 그 캔버스 안에서 코드는 실행되고 결과는 실시간으로 보였다. 문서를 요청하면 다듬어진 문서가 같은 자리에 펼쳐졌고, 그 자리에서 곧장 수정도 가능했다. 차트를 요청하면 인터랙티브한 차트가 같은 패널에 떴다.

Artifacts가 가져온 변화는 단순한 UI 개선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화의 결과물'을 다루는 방식 자체의 전환이었다. 이전에는 모델이 만들어 낸 코드나 문서를 사용자가 따로 복사해서 다른 도구에 옮겨야 했다. Artifacts 이후로는 그 결과물이 같은 화면 안에서 살아 있는 형태로 다뤄질 수 있었다. 사람이 모델과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의 흐름이 처음으로 한 공간 안에 압축된 셈이었다. 이후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사이드 패널을 차례로 도입했다. 어떤 흐름의 시작점이었다.

Chapter Five

Computer Use — 모델이 컴퓨터를 다루다

Computer Use — Claude가 화면을 보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데모
2024년 10월에 공개된 Computer Use 기능. Claude가 사용자의 화면을 스크린샷으로 받아 보고, 어디를 클릭할지 어떤 텍스트를 입력할지를 직접 결정한다. 사람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 그대로를 모델이 따라 하는 첫 시도였다. PHOTO · Anthropic Computer Use demo, 2024.10

2024년 10월 22일이었다. 이 날 발표는 모델 자체의 업그레이드보다, 그 모델이 무엇을 할 수 있게 되었는가에 더 큰 무게가 실려 있었다. Claude 3.5 Sonnet의 새로운 버전(흔히 'new' 또는 '10월 버전'으로 불리는)과 함께, Claude 3.5 Haiku가 공개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 Computer Use라는 이름의 새 기능이 베타로 함께 공개되었다.

Computer Use의 작동 방식은 이렇다. 사용자가 어떤 일을 시키면, 모델은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컴퓨터 화면을 직접 본다. 정확히는 화면의 스크린샷을 받는다. 그 스크린샷을 분석한 뒤, 마우스를 어디로 이동시킬지, 어디를 클릭할지, 어떤 키를 누를지를 결정한다. 그 결정을 운영체제에 전달한다. 결과로 바뀐 화면을 다시 스크린샷으로 받아,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이 과정을 사용자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반복한다.

이 설명은 단순해 보이지만 의미는 묵직했다. 이전까지 AI 모델은 텍스트 입력과 텍스트 출력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Computer Use는 그 세계의 경계 한쪽을 열어 놓았다. 모델이 사람이 만든 도구들, 즉 웹 브라우저, 스프레드시트, 이메일 클라이언트, 채팅 앱을 그 도구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모습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새 API를 만들 필요도 없고, 새 인터페이스를 모델용으로 따로 설계할 필요도 없다. 사람이 보던 화면을 모델도 본다.

코딩 벤치마크 쪽 변화도 컸다. SWE-bench Verified라는 지표에서 새 3.5 Sonnet은 49%를 기록했다. 이 벤치마크는 실제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GitHub 이슈를 모델이 직접 해결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이전까지의 SOTA가 22%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약 두 배의 점프였다. 같은 시점에 Haiku 3.5도 함께 공개되어 가장 가벼운 라인업이 갱신되었다.

물론 Computer Use는 베타였고, 실수도 많았다. 잘못된 버튼을 누르거나, 의도와 다른 폼에 텍스트를 입력하거나, 화면 안에 광고가 뜨면 거기에 휘말리기도 했다. Anthropic 스스로도 이 기능을 "아직 신뢰성이 충분하지 않은 실험적 기능"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베타가 보여 준 방향은 분명했다. 앞으로의 AI는 더 이상 채팅창 안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방향이었다. 이후 1년 동안 '에이전트(agent)'라는 단어가 산업의 중심 키워드가 된 배경에는 이 발표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Chapter Six

3.7 Sonnet — 생각하는 모델의 등장

Claude 3.7 Sonnet — Extended Thinking 모드
2025년 2월에 공개된 Claude 3.7 Sonnet. Extended Thinking이라는 이름의 새 모드가 함께 도입되었다. 모델이 답을 내놓기 전에 자신의 사고 과정을 토큰 형태로 펼쳐 보이는 방식이었다. 빠른 응답과 깊은 사고 사이를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된 첫 모델이었다. PHOTO · Anthropic Claude 3.7 launch, 2025.02

2025년 2월 24일. 이 날의 발표는 '버전 번호 하나를 0.2만큼 올린' 발표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모델의 작동 방식 한 가지를 새로 정의한 발표였다. Claude 3.7 Sonnet. 그리고 함께 따라온 단어가 Extended Thinking이었다.

Extended Thinking이 무엇인지를 짚자면 이렇다. 사용자가 모델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졌을 때, 모델은 곧장 답을 내놓는 대신 먼저 자신의 사고 과정을 토큰의 형태로 펼쳐 본다. 마치 사람이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메모지를 꺼내 식을 적어 가며 푸는 것과 비슷하다. 그 사고 과정은 사용자에게도 보인다. 모델이 어떤 가설을 세우고, 어떤 경우를 따져 보고, 어떤 부분에서 막혔다가 다시 길을 찾는지가 그대로 노출된다. 그리고 그 사고 과정을 거친 뒤에야 최종 답을 내놓는다.

같은 모델이 두 가지 모드를 가진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빠른 응답이 필요할 때는 사고 과정 없이 곧장 답을 내고, 깊은 사고가 필요할 때는 시간과 토큰을 들여 차근차근 풀어 가는 모드를 켠다. 사용자가 모드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이 구조 자체가 새로웠다. 이전에는 '추론 능력이 강한 모델'과 '응답이 빠른 모델'이 서로 다른 자리에 있었다. Claude 3.7부터는 한 모델 안에 두 가지 호흡이 함께 살게 되었다.

벤치마크에서의 변화도 컸다. SWE-bench Verified에서 70.3%를 기록했다. Computer Use 발표 시점의 49%에서 약 20포인트가 더 올라간 수치다. 수학 올림피아드 수준의 문제, 박사급 과학 문제, 복잡한 코드베이스의 리팩토링 같은 어려운 작업에서 Extended Thinking을 켠 Claude 3.7은 이전 세대와 비교가 어려운 수준의 점프를 보였다.

그리고 같은 발표에 함께 묶여 공개된 도구가 하나 있었다. Claude Code. 처음에는 베타 형태였다. 터미널에서 곧장 Claude를 호출해 코드 작성, 디버깅, 파일 편집, 명령 실행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명령줄 도구였다. 개발자가 IDE 안에서 Claude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Claude가 개발자의 작업 환경 자체에 들어와 사는 모양이었다. 이 도구가 본격적으로 산업의 표준 작업 방식으로 자리잡는 데에는 약 1년이 더 걸리게 된다. 그 시작이 2025년 2월이었다.

"우리는 모델이 '생각하는 모습'을 사용자에게 그대로 보여 주는 길을 택했다. 이렇게 하면 모델이 어디에서 옳고 어디에서 틀리는지가 더 잘 보인다. 그리고 그 자체가 신뢰의 기반이 된다고 믿었다." — Anthropic Claude 3.7 launch note, 2025.02
Chapter Seven

Claude 4 — 도구와 함께 사는 모델

Claude Code — 터미널 안의 Claude
Claude 4 시대와 함께 본격 출시된 Claude Code. 터미널에서 곧장 작동하며, 파일을 읽고 편집하고 명령을 실행하고, 필요하면 사용자에게 결정을 묻는다. 사용자의 개발 환경 안에 Claude가 함께 사는 형태였다. PHOTO · Anthropic Claude Code release, 2025

2025년 5월 22일. Anthropic은 한 번에 두 가지 새 이름을 들고 나왔다. Claude Sonnet 4Claude Opus 4. 버전 번호가 단숨에 0.7을 건너뛰어 4로 올라갔다. 이름 체계도 정리되었다. 이전까지는 'Claude 3.5 Sonnet'처럼 가족 이름이 앞에 붙고 모델 등급이 뒤에 붙는 구조였다면, 이번부터는 'Claude Sonnet 4'처럼 등급이 앞에 오고 세대 번호가 뒤에 붙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이 회사가 이제 모델 가족의 운영 방식을 한 단계 더 체계화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Opus 4는 그 시점의 코딩 벤치마크에서 가장 강한 모델이었다. SWE-bench Verified에서 72.5%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세대의 진짜 변화는 단일 벤치마크 숫자가 아니라, 모델이 도구를 다루는 방식의 통합에 있었다. Extended Thinking은 이제 별도의 모드가 아니라 모델 안에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기능이 되었다. 도구 호출은 병렬로 처리될 수 있게 되었다. 모델이 한 번의 사고 안에서 여러 개의 도구를 동시에 부르고, 그 결과를 받아 다시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흐름이 자연스러워졌다.

같은 발표에서 Claude Code가 정식 출시되었다. 1년 전 베타로 살짝 모습을 비쳤던 그 도구가, 이제 본격적인 제품의 자리에 섰다. Claude Code에는 hooks라는 이름의 자동화 진입점이 들어갔다. 특정 시점에 모델이 어떤 행동을 자동으로 취하도록 설정할 수 있는 구조였다. plan mode라는 이름의 작업 단계도 함께 도입되었다. 모델이 실제 변경을 가하기 전에 먼저 작업의 계획을 사용자에게 보여 주고 확인을 받는 절차였다. 모델이 점점 더 많은 자율성을 갖게 되면서 동시에, 사용자가 그 자율성의 경계를 직접 그릴 수 있는 도구도 함께 자라났다.

또 한 가지 짚어 둘 변화가 있었다. MCP(Model Context Protocol)라는 새 표준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 모델이 외부 도구와 데이터에 접근하는 방식을 표준화하려는 시도였다. 각 회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도구 연결을 만들어 가는 대신, 모두가 공유하는 공통된 인터페이스를 따르자는 제안이었다. Anthropic이 이 표준의 초안을 공개한 뒤 약 반 년 만에, 다른 주요 모델 제공자들이 차례로 이 표준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4개월 뒤인 9월 29일, Claude Sonnet 4.5가 발표되었다. 이번에는 가운데 자리의 Sonnet이 같은 세대의 Opus를 능가하는 풍경이 다시 한 번 펼쳐졌다. SWE-bench Verified 77.2%, 그리고 단일 작업을 자율적으로 약 30시간까지 이어 갈 수 있다는 자료가 함께 공개되었다. Claude Code도 2.0으로 올라갔다. 그 다음 자리에 Opus 4.5가 다시 들어오면서, 한 세대 안에서 여러 차례의 작은 점프가 이어지는 시기가 시작되었다.

Chapter Eight

현재 — Opus 4.7과 1M 컨텍스트의 시대

Claude Opus 4.7 — 현재의 라인업
2026년 봄의 Anthropic 모델 라인업. Opus 4.7이 가장 무거운 자리에 서 있다. 1백만 토큰의 컨텍스트, 통합된 도구 환경, 그리고 그 위에 자라난 수많은 사용 사례. 3년 전의 작은 데뷔가 이 모양이 되었다. PHOTO · Anthropic model lineup, 2026.05

그리고 지금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6년 봄 기준으로, Anthropic의 가장 무거운 모델은 Claude Opus 4.7이다. 4.5에서 4.6, 다시 4.7로 이어진 흐름은 한 번의 큰 점프라기보다는 짧은 호흡으로 여러 번 가다듬어진 흐름에 가깝다. 한 세대 안에서 모델의 성격이 조금씩 다듬어지고, 사용자의 실제 작업 흐름에서 발견된 약점들이 차례로 메워지는 시기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컨텍스트 윈도의 확장이다. 1백만 토큰. Claude 1.0의 9K에서 시작해 약 3년 만에 약 110배가 늘었다. 1M 토큰이 어떤 양이냐 하면, 중간 규모 회사의 전체 코드베이스를 한 번에 입력해도 여유가 있을 양이고, 두꺼운 학술서 여러 권을 한 자리에 펼쳐 놓을 양이며, 한 회사의 한 분기 동안의 모든 회의록을 통째로 던져 놓을 수 있을 양이다. 모델이 다루는 작업 단위가 '한 줄의 질문'이나 '한 페이지의 문서'에서 '한 회사의 한 분기'로 옮겨 갔다.

모델이 도구를 다루는 방식도 더 정교해졌다. 하나의 작업 안에서 모델은 여러 개의 도구를 병렬로 부르고, 자신의 사고 과정을 펼치고, 중간 결과를 다시 다른 도구의 입력으로 넘기고, 필요하면 사용자에게 결정을 묻는다. 이 흐름 전체가 한 번의 대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모델 하나를 부른 것 같지만, 그 안에서는 여러 단계의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산업의 풍경도 바뀌었다. 3년 전 작은 비영리 연구소에서 시작했던 회사는, 이제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이 자사 시스템에 통합해 두는 표준 도구의 하나가 되었다. 의료 분야에서는 진단 보조에, 법률 분야에서는 계약서 검토에, 금융 분야에서는 리서치 작업에, 콘텐츠 분야에서는 편집과 번역에 쓰인다. 가장 두드러진 영역은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Claude Code는 많은 개발 조직의 일상 작업 흐름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처음부터 강조되어 온 '안전한 AI'라는 사명이 이제 더 이상 마케팅의 수사가 아닌 실제 운영의 골격이 되어 있다. 회사는 매 메이저 모델 발표 때마다 'Responsible Scaling Policy' 라는 자체 규약에 비추어 평가 결과를 함께 공개한다. 위험 수준이 일정 단계를 넘으면 출시를 늦추거나 기능을 제한한다. 외부 평가 기관과의 사전 검토 절차가 들어가 있다. 이런 절차들은 처음에는 회사 안의 약속이었지만, 이제는 산업의 일정한 표준 비슷한 위치로 옮겨 가고 있다.

Epilogue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남아 있나

3년의 기록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보면 몇 가지가 또렷이 떠오른다. 컨텍스트 윈도는 9K에서 1M으로 약 110배가 커졌다. 모델의 능력은 단일 텍스트 대화에서 멀티모달 이해, 화면 조작, 도구 사용, 사고 과정의 노출, 자율적인 장시간 작업으로 차례로 영역을 넓혀 갔다. 이름 체계는 다듬어졌고, 가족 안의 자리들은 정리되었다. 가격은 한 세대마다 같은 성능 기준으로 빠르게 내려갔다. 이런 변화들은 숫자와 발표로 또렷이 확인된다.

그러나 이 글을 마치면서 굳이 더 짚어 두고 싶은 부분은 다른 쪽이다. 3년 동안 무엇이 바뀌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Anthropic이 회사를 시작하면서 내건 처음의 질문, 즉 이 기술이 정말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만약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그것을 미리 알아챌 방법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매 단계마다 다시 반복되어 왔다. 컨텍스트가 커질수록 그 질문은 더 무거워졌고, 자율성이 커질수록 그 질문은 더 절실해졌다.

3년 전 작은 회사에서 시작했던 한 줄의 질문이, 지금은 한 산업 전체의 작업 방식을 바꾸어 가고 있다. 다음 3년이 어떤 모양으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다음 단계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더 큰 모델이나 더 긴 컨텍스트가 아니라, 그 모델을 어떤 책임의 구조 안에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일 것이다. 그 합의를 만드는 자리에 Anthropic이 어떤 모양으로 서 있을지가, 이 시리즈의 다음 회들에서 더 자세히 다뤄질 주제다.

"우리가 만드는 모델이 더 강해질수록, 그 모델을 둘러싼 시스템이 더 신중해져야 한다. 강함과 신중함은 동시에 자라야 한다." — Dario Amodei, 2025 Senate Hearing

이 시리즈의 다음 회에서는 이 길 위에서 만난 가장 큰 동행이자 가장 큰 경쟁자였던 OpenAI를 다룰 예정이다. 두 회사가 어디에서 갈라졌고, 무엇이 같았으며,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함께 짚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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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 — OpenAI 깊이 보기: 가장 큰 경쟁자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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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Sources

  1. Anthropic official announcements (claude.ai/news), 2023.03 ~ 2026.05 — Claude 1, 2, 2.1, 3 family, 3.5 Sonnet, 3.5 Haiku, Computer Use, 3.7 Sonnet, Sonnet 4, Opus 4, Sonnet 4.5, Opus 4.5/4.6/4.7 발표 자료
  2. "Constitutional AI: Harmlessness from AI Feedback", Bai et al., Anthropic, 2022
  3. Lex Fridman Podcast #452, "Dario Amodei: Anthropic CEO on Claude, AGI & the Future of AI", 2024.11
  4. Anthropic, "Responsible Scaling Policy v1.0", 2023.09 (이후 개정판 포함)
  5. Anthropic, "Introducing Computer Use", 2024.10
  6. Anthropic, "Introducing Extended Thinking with Claude 3.7 Sonnet", 2025.02
  7. Anthropic, "Claude Code: AI in your terminal", 2025
  8. SWE-bench Leaderboard (princeton-nlp), 2024.03 ~ 2026.05 — 세대별 점수 추적
  9. HumanEval, MMLU, GPQA 공개 결과 — Papers with Code, 2023 ~ 2026
  10. The Information, "Inside Anthropic's Model Roadmap" 시리즈, 2024 ~ 2025